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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으려면…메트로폴리탄 ‘Epic Abstraction : Pollock to Herrera’

미술관, 박물관 소장품은 기관의 성격을 대변한다. 소장품 종류와 규모를 보면 그 기관이 어떻게 인류 역사를 해석하는지 그 관점이 보인다. 메트로폴리탄은 소장품 200만 점을 자랑하며 ‘살아있는 예술 백과사전’이라고 불린다.

2018년 12월 17일 찾은 메트로폴리탄에는 상설전 ‘Epic Abstraction: Pollock to Herrera’가 열리고 있었다.  담당 큐레이터 Randall Griffey는 60여점의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 소장품으로 1940년대부터 21세기의 추상회화, 조각, 설치를 연대기 순으로 구성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상설전시 ‘Epic Abstraction: Pollock to Herrera’

전시의 출발은 매우 순조로웠다. 초입에 설치된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폴록의 1930년대 후반 드로잉과 1940년대 초반 스케치북 작업은 관람객을 전시장 안으로 흡인력있게 끌어들였다. 관람객은 폴록의 유명한 ‘가을 리듬 (넘버30), 1950년작’ 앞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잭슨 폴록의 초기 스케치북 작업과 드로잉, 전시장 정면에는 ‘가을 리듬 (넘버30), 1950년작’이 보인다.

이어지는 두번째 공간도 탄성을 자아냈다. 큰 벽면을 마크 로스코의 회화로 가득찼다. 중앙 공간엔 이사무 노구치의 조각 작품 ‘쿠로스’가 과감히 배치됐다.

로스코의 색면 추상은 전쟁 후 혼란한 시대가 주는 삭막함과 작가의 힘든 감정을 보여준다. 이 감각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 수용소에 억류된 경험이 있는 노구치의 작품과 맞물린다. 같은 시대를 겪었던 예술가들의 예민한 감성이 회화와 유기적 형태의 조각 작품으로 환기됐다.

두번째 공간 전체를 마크로스코 작품에 할애하며 정중앙에 이사무 노구치의 조각작품 쿠로스를 배치했다.

유명 작품을 초입에 배치하는 전략은 장단점이 있다. 미술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겐 ‘어디서 본 작품’ 이라는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전시의 클라이맥스,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면 ‘용두사미’로 흘러갈 우려도 있다.

이 전시는 힘있는 출발과 달리 결론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인상이었다. 

첫째,  전시 제목이 ‘Epic Abstraction: Pollock to Herrera’ 임에도 폴록의 작품이 8점이나 있었던 반면, 카르멘 헤레라의 작품은 단 1점에 불과했다. 그것도 올해 104세를 맞이한 노화가의 2012년 작품으로 해당 작품은 기증 예정작이었다.

카르멘 헤레라, Equilibrio, 2012년 – 전시장에 걸린 헤레라의 유일한 작품

큐레이터의 역할 중 하나는 작가를 발굴하고, 시대에 맞는 해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미 유명한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를 넘어,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전시의 목표였을까? 그렇다면 무게 중심이 다소 안일하게 놓여진 듯했다. 

둘째, 후반부로 갈수록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각기 개성이 강해 따로 노는 인상이었다.

루이스 네벨슨(Louise Nevelson), Mrs. N’s Palace, 1964-77

지금 시대 작가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속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즉 자신만의 언어로 뱉어낸 각기 다른 결과물에 과연 이들을 ‘추상’이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엮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기존의 추상미술에 관한 해석 외에 새로운 해석이 제시됐어야 했다. 

왼쪽부터 마크브래드포드의 Duck Walk (2016), 차카이아 부커 Raw Attraction (2001), 클리포드 스틸 Untitled (1960)

좋은 전시는 잘 쓰여진 한편의 논문과 같다. 기승전결의 구도를 갖추며 관람객에게 논리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또 다른 해석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기존의 해석 즉, 훌륭한 작품의 과거에 박제된 해석 외에 현시점과 맞닿은 새로운 메시지가 없다면 그 전시는 시간 낭비에 그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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