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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미국스럽다’는 휘트니 뮤지엄 – 레이첼 해리슨 ‘Life Hack’을 보고

미술사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엔 차이점이 하나 있다. 각 기관마다 확실한 성격을 드러내는 전시를 열어 독자적인 관점을 자신있게 선보인다는 점이다.

유명한 기관들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전시를 넘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이 예술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분화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각기 다른 자극과 영감을 전해준다.

가령 영국의 TATE BRITAIN은 자국 미술사와 작가를 우선으로, TATE MODERN 은 국제 근현대 미술에 초점을 두어서 서로 구별된다. Victoria & Albert Museum은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전시 및 교육을 진행한다. 

이번에 소개할 미국의 휘트니 뮤지엄도 예외는 아니다.  

휘트니 뮤지엄의 정식 명칭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예술이 중심이다. 조각가 겸 예술 후원자였던 거트루트 밴더빌트 휘트니가 소장품 기증을 거절당한 뒤 아예 자신의 이름으로 미술관들 만들었다.

1929년 그가 기증하고자 했던 기관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휘트니의 소장품은 미국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당시 메트로폴리탄은 위험요소를 감수할 수 없다며 기증을 받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한 휘트니는 직접 미술관을 세우고 이후 지속적으로 자국 작가를 후원했다. 그래서 얻은 닉네임은 당연하게도 ‘가장 미국다운, 미국 작가를 위한’ 미술관이다. 

휘트니 미술관 소장품으로 상설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호퍼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다.

2019년 12월 직접 찾은 이곳에선 역시나 ‘미국스러운’ 뉴욕 출신 작가 레이첼 해리슨(b.1966)의 개인전 ‘Life Hack’이 열리고 있었다.

해리슨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조각가다. 공연 예술이나 드로잉, 사진 작업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소비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 제목 ‘라이프 핵’은 ‘생활의 일부분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도구나 기술을 의미한다. 전시장 작품들은 온갖 재료를 갖고 만들어내 ‘정말 저게 예술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난해하고 산만했다.

전시는 그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된 1996년 첫 개인전 Should home windows or shutters be required to withstand a direct hit from an eight-foot-long two-by-four shot from a cannon at 34 miles an hour, without creating a hole big enough to let through a three-inch sphere? 에서 시작한다.

허리케인 앤드류가 습격하고 지나간 자리, 주택 개선 문제를 다루는 뉴욕 타임즈의 사진에서 전시 제목을 가져온 해리슨은 터무니 없이 밝게 출력된 사진과 쓸모 없는 종이 조각, 완두콩 등 이질적인 재료로 인테리어된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해리슨은 2002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대중문화, 심리학, 역사 및 정치 주제를 계속 탐구해 자신의 작업에 반영했다.  

Rachel Harrison, Should home windows or shutters be required to withstand a direct hit from an eight-foot-long two-by-four shot from a cannon at 34 miles an hour, without creating a hole big enough to let through a three-inch sphere? 1996/2019

해리슨은 전형적인 미국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낸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 문화,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다양한 인종이 만들어가는 사회 속 존재하는 기득권에 관한 문제 등 자신이 속한 사회 모습을 부지런히 기록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유머와 풍자를 더해 노출시킨다.

일상에서 다양한 재료를 발견하고 독특하게 조합하는 과정에서 작가는나는 사람들이 예술과 함께 현실을 느끼고, 그것을 경험하기위해 의식과 목표를 가지고 존재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작업을 정의했다

Rachel Harrison, Alexander the Great, 2007. Wood, chicken wire, polystyrene, cement, acrylic, mannequin, Jeff Gordon waste basket, plastic Abraham Lincoln mask, sunglasses, fabric, necklace, and two unidentified items, 87 x 91 x 40 inches. – 작품에 사용된 다양한 재료가 통해 작가는 일상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방법, 생각의 전환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2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뒷 모습에 보여지는 얼굴은 아브라함 링컨이다. 흰 좌대 위에 다시 조각을 올려 균형을 맞춘 모습과 작품 제목 알렉산더 대제가 미국 사회에서 소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문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작품들을 어떻게 돋보여 살려낼 수 있는가다주제나 시간순으로 배치된것도 아니었고, 넓은 전시장 면적을 충분히 활용할 만큼 동선이 효율적인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안내 없는 전시장은 관람객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아마도 큐레이터는 현대사회가 반영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즉 예술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만의라이프핵에 접근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너무 산만하게 작품을 펼친 것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든다. 전시 작품을 통해 라이프핵을 떠올려 보라는 의도는 좋았으나 ‘Less is more’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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