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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의 ‘검열’로 취소된 한스하케의 작품을 만나다: 뉴 뮤지엄 ‘All Connected’

사진: 허유림

RP서울은 블로그를 통해 국내외 직접 찾은 전시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국내외 미술사의 흐름’과 ‘소통하는 큐레이팅’을 집중적으로 탐구합니다.

2019년 10월 찾은 미국 뉴욕  New Museum의 전시 ‘All Connected’. 이 전시는 독일 출신 예술가 한스 하케(Hans Haacke, 1936~)의 회고전이다.

하케는 미술 작품이 생산, 유통, 전시되는 구조를 탐구하며 비판한다. 그의 대표작 30여 점으로 전시는 기획됐다.

1.  서론 – 쉬운 텍스트로 첫 인상을 사로잡다.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건물 벽면에 큰 글씨로 ‘우리(모두)가 국민이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행인들은 12개 언어로 적힌 문구 속 언어를 훑어보며 한번씩 중얼거렸다.

Wir (Alle) sind das volk – We (all) are the People, 2003/2017 – 뉴욕 한복판 길거리에서 마주한 모국어 문구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 사진 허유림

이러한 반응은 손쉽게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아 미술관 문을 열게 만들었다. 회화 작품이나 난해한 설치 작품과는 다른 효과가 날 수 있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텍스트로 기획자는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에게 이것은 ‘당신과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라는 암시를 주고 있었다. 

2003년에 제작된 텍스트 작품은 빈곤, 정치, 종교를 비롯해 난민 문제까지 대입할 수 있다.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 모두가 국민이다’ 라는 문구는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는 그물망이었다.

2.  검열로 구겐하임에서 전시 취소됐던 작품도 30년 만에 나와 

총 60년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회고전은 ‘응결 큐브, 1963-2008’부터 1970년대 구겐하임에서 전시를 취소시킨 ‘문제작’을 보여 준다.

응결 큐브(Condensation Cube)’, 1963~2008, 한스 하케 – 밀폐되어진 아크릴 큐브 안에 기체의 순환을 표현. 인간을 둘러싼 환경원리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형적인 미니멀리즘의 형태는 따오되, 큐브안에 물을 넣어 물의 순환과정을 보여줬다.

뉴욕의 슬램가를 미끼로한 부동산 비지니스를 폭로하는 작품으로 문제가 되었던 ‘샤 폴스키와 그 밖의 여러 명의 맨해튼 부동산 소유권(1971)’, 과 ‘솔 고드먼고 알렉스 디로렌조의 맨해튼 부동산 소유권'(1971) 이 그 주인공이다.

‘샤 폴스키와 그 밖의 여러 명의 맨해튼 부동산 소유권(1971)’ 뉴 뮤지엄 전시장 디피 모습 / 사진 허유림
‘샤 폴스키와 그 밖의 여러 명의 맨해튼 부동산 소유권(1971)’ – 세부 장면

이 작품은 샤폴스키 가문과 관련된 건물 142개의 현황을 적은 142개의 문서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부동산 매물 광고처럼 보이는 이 문서들에는 건물의 정면 사진, 주소, 저당 상태, 소유자 등이 기록돼 있다. 언뜻보기에 작품은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 보다는 정보 전달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당 작품을 통해 작가는 할렘과 로어 이스트사이드 구역 주택 대부분이 샤폴스키 가문 및 이 가문과 관련된 업체에 의해 독점되고 있음을 발견, 관객들에게 이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1971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스하케의 전시 <체계들> 오픈을 취소 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전시 큐레이터 에드워드 프라이는 전시를 밀어부쳤지만 당시 관장이었던 토마스 메서는 관객의 프로필 조사 작업과 맨하튼 부동산 소유 현황을 다룬 작업에 대해 전시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메서는 미술관의 기능을 심미적인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사회적, 정치적 문제와 직접적 연관관계를 맺는 것을 저지하려 했다.

담당 큐레이터는 이 일로 미술관에서 해고 되었고 예술가들은 박물관에서 예술 검열 정책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 시위를 열었다. 그 후 하케는 미술관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다. 미술관과 트러블을 일으킨 작가는 유럽과 그의 모국 독일에서 해당 작품을 전시한다.

그 후 10년이 지나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뉴 뮤지엄에서 해당 작품을 포함,  “Hans Haacke: Unfinished Business” 라는 전시로 다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30년만에 다시 해당 작품을 포함, 뉴 뮤지엄에서 회고전 형태로 관객과 만났다. 당시 비평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구겐하임 미술관의 이사진 및 임원들이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을거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진것은 없다.

이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미술작품의 중립성과 예술의 정치 사회적 실천에 대해 미술적, 미학적 질문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술은 돈 많은 사람들의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 속 전시 큐레이터는 해당 작품을 통해 예술이 나아가는 방향과 이를 수용하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관객들에게 다시 생각해 보라고 제안한다. 관객들을 설득하여 민감한 이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3. 고발성 작품의 유효기간은 어디까지?

전시는 다시 2014년에 제작된 조각 작품 Gift Horse 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2015년 약 1년간 런던 트라팔라 광장의 4번째 좌대를 지켰다. 말의 뼈만 있고 탄 사람은 없다. 한쪽 다리에는 증권 거래소의 주식 시세 표시 테이프를 전자 리본으로 달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말과 증권 거래소 테이프를 통해 작가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 소비되는 사회 구성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Gift Horse, 2014 – 4.6 미터의 대형 청동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관객들에게 위압감과 기괴스러움을 전달한다. / 사진 – 허유림

본 전시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관람객은 1986년 뉴뮤지엄 전시 후 처음으로 미국 소재 미술관에서 열리는 회고전인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All Connected)’를 통해 예술이 사회안에서 생산, 유통, 보여지는 과정을 끊임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객들을 힘있게 끌어당긴 전시 도입부, 예술과 사회제도의 관계라는 메세지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중반부와 달리 전시 후반부는 작품의 시간 순 나열과 동선의 복잡함로 전시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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