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곧 자연이다: 신자연주의 미학

가나인, 신자연주의 구조의 인간해석

일상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자연’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과 바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피안의 세계를 대부분이 상상할 것입니다. 이런 자연에 대한 관념은 동양의 전통적 사상인 장자와 도가로부터 출발합니다.

신자연주의는 이런 도가의 자연사상이 20세기 도시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이룰 수 없는 공상이라고 규정합니다.

신자연주의에서 자연은 개인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그 환경 자체를 말합니다. 신자연주의 속에서 개인은 자신이 성장하고 의식을 갖게 된 사회 문화적 환경을 인식하고, 그 의식에서 출발하는 개별화 사상입니다.

신자연주의에서 개인이 갖는 사상의 핵심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성찰하고 이루는 과정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핵심이며, 몸은 그 주체를 움직이는 정신의 독립적 기관입니다.

가까운 과거까지도 사상가들은 사회나 국가가 정해진 이데올로기를 따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후기 구조주의 이후, 국가나 사회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개개인이 가진 욕망의 결집으로 이뤄지는 ‘집단 욕망 사회’입니다. 신자연주의 관점에서 사회의 변화나 갈등은 개인이 가진 욕망의 변화와 충돌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메를로퐁티가 신체와 살에 주목하고, 질 들뢰즈라캉이 제시한 ‘결핍의 욕망’, ‘재생산하는 욕망’의 개념을 기초로 발전한 것입니다.

한편 신자연주의는 욕망을 단위화, 계량화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가진 욕망은 저마다 다른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집단적 욕망과 객관화된 욕망을 도구로 삼아 개인의 욕망을 성찰하고 정확하게 들여다보기를 추구합니다.

가나인 ‘신자연주의를 만든 74마리의 물고기들’

이렇게 집단화된 욕망을 접근하는 방법이 바로 ‘미술사’와 ‘문화예술사’입니다. 신자연주의에서 과거의 미술은 장식품이나 사치품이 아니라, 과거 특정한 장소와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보기 위한 창입니다.

한편 이러한 욕망의 분석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나와 나의 욕망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이를 통해 크고 작은 충돌과 갈등으로부터 영향을 줄이고 조율하면서 개인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욕망에 대한 접근과 방법으로 신자연주의는 불교적 성찰법인 선불교(Zen)를 도입하고, 깨달음 혹은 구경각을 통한 스스로의 인식과 변화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이런 방법론에서 집단 욕망의 접근은 칼 융의 신화 연구, 개인적 욕망의 접근은 불교의 십우도와 유식사상, 원효의 대승기신론과 화엄학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신자연주의 미학

가나인, ‘그대가 부르기 이전에도 나는 이미 꽃이었다'(1984년)

신자연주의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신자연주의는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은 기준에서 바라봅니다.

  1. 미술사의 전개 과정에서 보이는 미의식의 발달 과정과 미적 가치의 변화
  2. 인간의 내면 의식에 대한 발견과 성찰
  3.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미의식에 대한 즉자적 가치 판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미학.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은 살아있음을 증거하기 위해 자신을 꾸준히 변화시키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사람은 당연히 존재의 당위성과 생존을 증명하기 위해 미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인간의 미적 행위의 전개 과정은 6가지 단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1. 유사성, 근사성, 사실성의 미: 친근감이 빚어낸 미의 세계. 가시적 세계나 객관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재현’과 표현
  2. 화려미, 인체미, 생동감, 성적미감, 웅장미, 조화미, 우아미, 기능성과 실용성의 미 등 19세기이전 문화예술에 나타난 미: 집단 욕망과 개인의 욕망에 대한 자각의 과정에서 미의식을 인식하게 된 표현 의지와 형상으로 나타난 미적 영역
  3. 추, 악, 혐오, 인식, 무의식의 미(19세기 말~20세기까지 확장된 미): 자아 발견과 개성화과정에서 나타난 작업 혹은 미의식에 대한 조율과 방법론 개진으로 빚어진 조형의식
  4. 역사적 사건, 사회, 사람, 자연현상에 대한 재해석으로 확장된 미의식(20세기, 프란시스코 데 고야): 사람, 사회 현상, 사건, 사물 등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재해석이 창조적 욕망의 구현과 전개과정으로 드러난 미영역. 팝아트, 미니멀리즘, 아르테포베라 등이 있고 19세기에도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는 이러한 미의식을 선구적으로 보여줬다.
  5. 가시적 대상에 대한 단순한 재해석을 넘어 종합적 성찰, 체득을 통한 융합과 통섭의 미: 시대를 초월해 미술뿐 아니라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등 기타 예술사 전반에 보여지는 위대한 작가의 작품에 발견되는 미적 영역
  6. 개인적 문화구조에서 빚어진 완전하게 새로운 관념의 세계: 세잔의 생빅투아르산이 프랑스 지방에 실재하는 산이 아닌 세잔의 관념으로 새롭게 창조됐듯, 작가가 창조한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와 관념을 품고 있는 아름다움의 영역.

한편 미적 판단과 가치의 문제는 6단계와 관계 없이 다음의 4가지 속성으로 비춰볼 수 있습니다.

  1. 관계성(소통 가능성, 공감 능력)
  2. 창의성 독창성 고유성
  3. 공간의 광역성과 지속성(일정한 공간과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
  4. 영원성과 생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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